티스토리 뷰
Dire Straits와의 첫 만남
1977년 초등 아니 그당시 국민학교 5학년 때 우리집에 전축이 생겼습니다. 아버지께서 집안에 오디오를 갖다 놓으신 겁니다. 레코드 판을 틀수 있는 턴테이블과 카세트 테이프(그 당시 테이프는 비디오 테이프의 2/3크기로 크기가 컸음) 그리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어린 나에게는 신기한 물건 이었습니다. 전축 구입시 기본 증정품으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음반과 몇장의 클래식 모음집 음반도 주었던것 같습니다. 함께 살던 이모와 조용필의 음반을 주구장창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그리고 다음해 6학년 어느 때쯤 중3, 고3인 두 형이 팝송 음반을 한장 두장 사오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특정 가수의 음반이 아니라 여러 가수의 힛트곡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형태의 음반들이 주를 이루었던것 같습니다. 예를들면 '신나는 고고뮤직 Vol.1', '경음악 베스트 Vol.3' 등 이런식의 음반들이었습니다. 딥퍼플의 Highway Star라는 곡도 신나는 고고뮤직 시리즈에서 처음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선배들은 Highway Star 에 맞춰 고고댄스를 추었나 봅니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형들도 특정 가수의 음반들을 사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청계천이나 세운상가 주변에서 일명 '빽판'을 구입해 온것입니다. 블론디, 스모키, 딥퍼플 등등 그중에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음반도 있었습니다. 형과 형 친구들은 음악이 죽여준다고 침튀도록 칭찬을 하였습니다만 그당시 그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렇게 좋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오히려 블론디나 스모키의 음악이 제귀에 더 쏙쏙 들어왔습니다. 유럽의 이지리스닝 그룹의 음악에 점점 익숙해져 가던 중3 어느 날 혼자 집에서 문득 레코드판을 한장씩 꺼내보다가 다이어 스트레이츠 음반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귀신에 홀린 듯 그렇게 형들이 죽여준다는 노래 'Suitans of Swing'을 걸어놓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어 보았습니다. 아! 오! 죽여준다는 표현이 뭔지 딱 알것 같았습니다. 청량한 기타, 읊조리는 보컬, 빈틈없는 드럼비트 등등 몇번을 연거퍼 들으면서 이때부터 음악을 들을 때 기타, 드럼, 베이스 등등이 분리되면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음악이 좋았던 시절
고등학교 입학 후 유럽의 이지리스닝 음악에서 서서히 락음악쪽으로 선호음악이 바뀌어 갔습니다. 아바나 스모키의 음악은 이제 잘 안 듣게 되고 퀸, 딥퍼플, 레드 제플린, 레인보우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 등등 사운드가 풍부한 밴드의 음악을 더 많이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집에 있던 전축도 오래되어 턴테이블이 자주 고장나고 카세트 데크도 규격이 맞지않아 집에서 음악을 감상할 여건이 안되었습니다. 친구네 집에 오디오가 자기방에 있던 친구가 있어서 그때부터는 음악을 들으러 그 친구의 집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레코드판을 사면 그 친구 집에 쟁여두고 들었습니다. 친구와 듣는 취향이 비슷해서 음악을 듣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둘다 다이어 스트레이츠를 좋아해서 밴드의 2장짜리 라이브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듣곤 했습니다. 고2때 플리트우드 맥의 Mirage 앨범도 사서 친구집에 두고 들었습니다. 나중에 친구가 하는 말이 잠잘때 턴테이블에 올려놓는 노래는 플리트우드 맥이라고, 한면 전체가 귀에 거슬리지 않고 들으면서 잠들수 있는 유일한 앨범이라고...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여러 노래 중 'Tunnel of love' 와 'Going home(영화 Local hero의 OST. 연주곡)'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즐겨 듣는 음악입니다. 특히 Going home은 레인보우의 연주곡 Still i'm sad 와 함께 제일 좋아하는 연주곡이기도 합니다. 그당시 청소년기의 여러 잔잔한 고민이나 골치아픈 것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것은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냥 음악이 좋았던 시절, 같이 고민과 음악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어 좋았던 시절이었습니다.
Mark Knopfler 의 음악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리더이며 보컬과 기타리스트이며 작곡과 작사 등등 밴드의 1부터 마지막까지를 맡고 있는 마크 노플러는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음악 장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펑크, 뉴웨이브, 디스코 등의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1978년 비주류적인 음악으로, 하드락이나 메탈도 아니고 소프트한 팝도 아닌 장르를 구분짖기 어려운 음악으로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중간중간 걸출한 영화음악도 만들고 팀해체 후 솔로로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뮤지션입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최근 음악들을 접해보면 역시 마크 노플러 다운 음악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밴드의 전성기 이후 솔로로 발표한 곡 중 좋아하는 노래는 Silvertown blues와 What it is 등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감상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전성기 시절의 음악을 들어보시려면 1984년 라이브앨범 'Alchemy'와 1986년 앨범 'Brothers in Arms' 이 두장의 앨범을 추천합니다. 이후 침체기를 거친 후 몇장의 앨범을 내고 마크노플러는 솔로 활동에 전념하면서 밴드는 사실 상 해체 되었습니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놓은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항상 새로운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는 팝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음악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